안녕하세요 고2 학생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식인에 질문 올립니다.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요그냥 생각나는대로 적겠습니다. 두서없어도 이해해 주세요어렸을 때 기억을 돌이켜 보면 좀 극단적입니다.부모님이 싸우는 장면이거나, 가족들이 다 같이 단란하게 지내는 모습이거나.저희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십니다. 저를 사랑하시고, 제가 하고자 하는 건 대부분 지원해 주십니다.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이시지도 않습니다. 제가 차근차근 이야기 하는 내용이 합리적이라면 수긍하고 제 의견을 물으세요. 그런 사람들 입니다.문제는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뇌 쪽이 아프셨습니다.처음에는 아마 아픈거라고 생각을 못 하신 것 같습니다.그냥 신경이 날카로워지졌고, 우울한 날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두 분이 다투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다툰다,고 말은 했지만 어린 제게는 공포였습니다.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보면 무력감이 들었고, 아버지의 한숨을 들으면 몸이 굳었습니다.소리지르고 울고 치고... 집은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쓰레기장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었어요.운전하던 아버지가 유치원생이었던 제게 같이 죽을까?하고 묻던 장면을 아직 기억합니다.초등학생 때까지는 두 분이 싸우는게 너무 무서웠고 걱정됐습니다.제가 할 수 있는게 뭔지도 모르겠고 힘없어 보이는 엄마가 저한테 말을 거는게 너무 무서웠습니다.제가 무슨 대답을 해야 했을까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제 태도가 변했던 것 같습니다.걱정보다는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그냥 두 사람이 빨리 갈라서서 내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엄마랑 살든 아빠랑 살든 아무 상관 없으니까 내 삶에 제발 영향을 그만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옛날 이야기를 하는데 대부분 추측조인 이유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애초에 제 기억력이 안 좋은건지, 뇌가 흐릿하게 만들어버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문제는 감정은 그대로 남아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칩니다.지금 저희 집은 많이 괜찮아 졌고, 부모님의 갈등도 사소한 말다툼 뿐이지만저는 아직도 아버지가 짜증스럽게 내쉬는 한숨소리를 들으면 몸이 굳습니다.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사고가 차단된 것처럼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숨 쉬는게 조금 벅찹니다.살가운 부모님은 주말에 어디어디 가자,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싫습니다.어렸을 때 부모님이 화해하고 나서 가족이 함께 한 외출은 대부분 또다른 싸움의 계기가 되었습니다.차 뒷자석에 앉아서 앞의 두 사람이 내는 소리와 제스처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감각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차 뒷자석이 상기시키는 기억이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저는 아직 여자와 남자가 소리 높여 싸우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합니다.학교에서 친구 두 명이 싸운 적이 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관자놀이에서 뛰는 것 같았습니다.다음교시 내내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서 손목을 계속 긁었습니다.중학생 때는 사춘기랑 겹치면서 좀 불안정했습니다.상처낼 생각으로 커터칼 사서 손등 긁어본 적도 있고.물론 겁이 많아서 엄청 얕게 한두번 하고 다시는 안했습니다 ㅋㅎㅎ여름방학 동안 집에 있을 때 햇볕 쨍쨍한 점심 때 쯤에 베란다 창가에서 몇십분 내내 바닥을 바라보면서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내 자살에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나? 이런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거리를 걷는 것도 너무 불편하고 무서웠습니다.저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스쳐지나가는 순간 저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는 생각이 왜인지 계속 들어서 고개를 제대로 들고 걷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학원 가는 길이 고작 5-10분인데 걷는 동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식은땀이 나서 학원에 도착하면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지나가는 차 안의 사람들도 모두 걸어가는 저를 구경하면서 걸음걸이가 이상하니, 옷이 이상하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는 망상에 계속 사로잡혔습니다. 왜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불안정한 날에는 강도는 덜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여기까지가 대충 어렸을 때 일입니다.사실 이 정도 일은 그렇게 심한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제가 잘 모를 뿐이지 다른 가정도 이 정도의 일은 모두 있었겠지요.길게 말씀드린 이유는 이 때의 경험이 제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1년뒤면 고3이 되어 대입만을 위해 생활해야겠죠...저는 수시, 그 중에서도 학종을 챙겨야하는 대학교를 지망하고 있습니다.때문에 내신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고, 탐구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문제는 제 멘탈에 있습니다.낮은 자존감, 피해망상, 확대해석, 극심한 감정기복, 열등감, 자기혐오...주변 친구들이 다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지 저는 아직도 제가 어떻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감정은 하루에도 수차례 변해서 어떻게 제어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기분 안 좋은 티를 주변인에게 내는 것도 진절머리납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룸메이트들에게 늘 미안해요.주말에는 집에 가는데 스크린타임이 기본 10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물론 이것도 노력해서 15시간 정도 찍히던 걸 줄인거지만, 정신 놓고 쇼츠나 릴스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2시간씩 지나갑니다.이제 진짜 그만해야지 싶어서 휴대폰을 끄고 일어서면 다시 켜서 SNS에 접속해버려요. 무의식적으로 그럽니다.어떤 날은 의욕이 넘쳐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어떤날은 시작부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립니다. 문제는 공부를 시작도 하지 못하는 날이 의욕넘치는 날보다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일주일 중에 최소 2일은 자습시간 내내 졸기, 부정적인 생각하기, 자책하기, 후회하기를 번갈아가면서 하다가 흐릿한 정신으로 새벽공부를 합니다. 그 영향으로 다음날 공부 효율은 더 떨어지고요.자습시간 내내가 과장이 절대 아닙니다. 정말 자습시간이 세 시간이면 세 시간, 다섯 시간이면 다섯 시간 내내 문제집을 펼친 채로 앉아있습니다.저희 학교 커리큘럼이 조금 빡센 편이라 학기 중 진도를 학생들이 선행했다는 전제 하에 나갑니다. 애초에 여름방학 보충수업 내용이 2학기 시험범위에 포함되고요.따라서 지금은 여름방학이기 때문에 2학기 예습을 해두어야 합니다.그리고 문제는 제 상태가 엉망이라는 점입니다.하루 일분 일초를 아껴서 공부해도 중학교 때 선행하고 온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불분명한데, 저는 제 기분과 감정상태를 핑계로 하루하루를 게을리 보내고 있습니다.그럴거면 차라리 마음편히 놀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죄책감의 역치는 또 낮을대로 낮아서 행동 하나하나를 후회하면서 자책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고 절대 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성적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위권인데, 문제는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제가 꾸준하고, 끈기있고,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험기간 직전에 극심한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어찌저찌 공부를 하고있지만, 성적은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주변친구들은 저한테 공부 잘한다 멋있다 해주는데 사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근거없는 실력에 확신이 전혀 생기지 않아요. 지금은 운으로 좋은 성적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 다 들통나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순적으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은 성적이 계속 나오니까 안일해집니다. 불안감에 덜덜 떨면서도 공부를 시작할 수가 없어요.다른 친구들을 질투하는 것도 제발 그만하고 싶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한 사람이 저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 건 당연하고, 어쩌면 정의롭다고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왜 제가 그들을 시기하고 열등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처럼 하지 못하는 저를 책망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습니다.아니 사실 그 아이들처럼 열심히 해 보고 싶습니다.제 끈기를 의심하고 싶지 않고 제 실력을 의심하고 싶지도 않습니다.일을 심하게 미루는 것도 고치고 싶습니다. 과제 제출기한이 한 달이라고 쳤을 때, 저는 그 과제를 이틀, 하루 심하면 2시간 전 쯤부터 시작해서 늘 시간이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채로 제출합니다. 충분했던 시간을 내던진 건 다름아닌 제 자신인데도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 혐오스럽습니다.과제를 대표로 말했지만 제 성격자체가 회피를 너무 많이 합니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기, 갈등이나 불편한 일이 있으면 그 사람 자체를 피하기, 해결해야 하고 조금만 힘들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팽개쳐 둔 채로 잠들기 등등... 그냥 생각없이 하면 되는 일들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지레 겁먹고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런다고 그 일들이 없어지는게 아닌데도요.극단적인 사고를 멈추고 싶습니다.저를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지나친 자책도 그만 하고 싶고, 후회도 그만하고 싶습니다.성격을 뜯어고쳐서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정신과를 가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일단은 미성년자라 부모님과 함께 가야 할 것 같아서 싫고,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어 꺼려집니다.애초에 제가 약물 치료를 할만큼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것 같지도 않고요.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께 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를 물으셔도... 모르겠습니다.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말이 부모님께는 당신들 탓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까봐 걱정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지금까지 쓴 글은 거의 매일매일 속으로 한 생각들인데 오늘은 이렇게 글로라도 쓰지 않으면 정말 뛰어내릴 것 같아서 자습시간에 지식인에 들어왔습니다. 조금 시원한 것 같습니다.길고 정신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질문분야를 정신건강 쪽으로 하긴 했지만,답변으로는 공부방법이나 시간관리법을 알려주셔도 좋고,부정적인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셔도 좋습니다.저랑 비슷한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큰 문제없이 살고계신 분들의 경험담을 써 주셔도 좋습니다.아니면 자기연민은 좀 때려치우고 정신 차려서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제가 생각해도 그런 면이 약간은 있는 것 같습니다.제가 위에서 말한 정신과 방문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대안을 알고 계신분이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정말 뭐든 상관없습니다.지금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 평생 이 모습 그대로 살다가 죽을까봐요.그럴 바에는 그냥 지금 죽는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저는 제 인생을 사랑합니다.아니 그것보다는... 제 인생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저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그러니 뭐든 좋으니까 도와주세요.
저도 고2입니다. 우울해보이긴 해도 그 정도가 심하진 않아보이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결국 정신과에 가서 상담도 받고 약도 먹는데요, 눈에 띄게 공부량도 늘고 집중력도 올라가더군요. 친구 말로는 확실히 부정적인 생각이 줄고 그렇기 때문에 공부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친구 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정신과 다니는 친구들 많아요. 다들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성자 분도 정신과에 가보시길 추천해요.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렵다면 학교에서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께 조언을 구해보는 건 어떨까요?